버크셔는 3년 만에 사기 시작했고, 마이클 버리는 등을 돌렸다
오늘은 매매 기록 대신 시장 이야기다. 같은 회사를 놓고 정반대 신호가 동시에 나왔다. 하나는 버크셔가 3년 넘게 팔기만 하다가 드디어 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매수를 보고 마이클 버리가 버크셔를 손절했다는 것이다.
1. 우리는 캥거루 마켓의 시대에 살고 있다
황소(불)도 아니고 곰(베어)도 아니다. 요즘 시장을 부르는 말로 캥거루 마켓만큼 잘 맞는 표현이 없다. 2020년 코로나 국면에서 한 유럽계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CNBC에서 처음 꺼낸 표현인데, 뚜렷한 방향 없이 헤드라인 하나에 위아래로 튀어 오르는 장을 가리킨다.
캥거루의 힘은 뒷다리와 꼬리에 몰려 있다. 작게 뛰다가 갑자기 크게 도약해서 보는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다. 지금 장이 딱 그렇다. 필자가 SOXL과 SOXS를 오가며 스위칭 매매를 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 있다. 방향이 아니라 진폭이 수익을 만드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 이 표현을 처음 접한 곳: r/NvidiaStock — Kangaroo Market
2. 버핏 "카지노가 딸린 교회"
워런 버핏이 최근 미국 증시를 두고 강한 경고를 냈다.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와 CNBC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인데, 그는 지금의 시장을 카지노가 딸린 교회에 비유했다. 장기 가치투자가 교회라면, 단기 차익을 노린 베팅은 옆에 붙은 카지노라는 것이다.
버핏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투자도 아니고 투기도 아닌, 그냥 도박"이라는 것. 카지노가 사람들에게 너무 매력적인 장소가 돼버렸고, 상당수 자산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훨씬 비싸 보인다는 진단이다. 다만 그는 투자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라는 단서도 함께 달았다.

한 가지 짚어둘 게 있다. 국내 기사들은 버핏을 여전히 "버크셔 회장"으로 표기하는데, 정확히는 그가 2025년 말 CEO에서 물러났고 회장직만 유지하고 있다. 지금 버크셔를 실제로 운전하는 사람은 2026년 1월 취임한 그렉 에이블이다. 이 구분이 뒤에 나올 이야기의 핵심이 된다.
3. 지표는 어디까지 왔나
말만 있는 경고가 아니다. 밸류에이션 지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 지표 | 현재 | 비교 기준 |
|---|---|---|
| 버핏 지수 (시총÷GDP) | 232% | 사상 최고. 버핏은 200% 근처를 "불장난"이라 표현 |
| 실러 CAPE | 약 41.9 | 역대 최고는 1999년 12월 44.2 (장기 평균은 17 부근) |
| S&P500 선행 PER | 32 부근 | 기록적 수준 |
CAPE가 40을 계속 웃돈 전례는 2000년 닷컴버블 직전 딱 한 번이다. 지난번 글에서 다뤘던 닷컴버블 데자뷰 이야기와 정확히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셈이다.
다만 지표가 높다고 내일 무너진다는 뜻은 아니다. CAPE는 1996년에 이미 30을 넘겼고, 그 뒤로도 S&P500은 4년을 더 올랐다. 고평가는 시점이 아니라 취약성을 알려주는 지표다.
4. 그런데 버크셔가 샀다 — 14분기 만의 순매수
여기서 이야기가 뒤집힌다. 그렇게 경고하던 버크셔가, 2026년 2분기에 3년 반 만에 주식 순매수로 돌아섰다.

| 2분기 주식 매수 | 약 235억 달러 |
| 2분기 주식 매도 | 약 37억 달러 |
| 순매수 | 약 198억 달러 |
| 현금성 자산 | 3,974억 달러 → 3,655억 달러 (약 -8%) |
| 자사주 매입 | 45억 달러 (1분기 2.35억 달러) |
| 영업이익 | 129.8억 달러 (전년 대비 +16%) |
직전 14개 분기 연속으로 판 것보다 많이 산 적이 없었다. 2022~2024년 3년 동안만 놓고 봐도 순매도 규모가 1,700억 달러를 넘었다. 그 흐름이 이번 분기에 끊겼고, 현금 잔고가 4년 만에 처음으로 전 분기 대비 줄었다.
가장 큰 건은 알파벳이다. 6월 1일 사모 방식으로 100억 달러어치를 사들였고, 이로써 알파벳은 포트폴리오의 약 8.8%를 차지하는 5대 보유 종목이 됐다. 애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카콜라,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나란히 선 것이다. 나머지 130억 달러대 매수분이 어떤 종목인지는 8월 14일 13F 공시에서 드러난다.
여기서 미묘한 지점이 하나 있다. 알파벳 투자는 버핏 본인이 물러나기 전에 시작한 건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즉 이번 매수 전부를 에이블의 판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5. 마이클 버리 "이젠 버핏의 회사가 아니다"
이 실적 발표 직후, 마이클 버리가 입을 열었다. 8월 9일 소셜미디어와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다.

버리의 논지는 단순하다. 그가 오래전부터 버크셔에 대해 품고 있던 가장 큰 두려움은 "버핏이 물러난 뒤"였다. 후계자가 나이가 많고, 결국 버핏이 아니기 때문에, 버핏 특유의 인내심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야구 용어로 '팻 피치(fat pitch)', 그러니까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치기 좋은 공이 올 때까지 배트를 휘두르지 않고 기다리는 그 인내심 말이다.
그리고 버리는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버크셔가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보지 않는다"는 게 결론이다. 현금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은 그도 인정하면서도, 에이블의 초기 행보는 투자라기보다 보여주기에 가까운 움직임이라고 깎아내렸다.
숫자도 버리 편을 들어주는 구석이 있다. 버크셔 B주는 올해 3%대 상승에 그치며 S&P500의 13%대 상승에 한참 뒤처져 있다. 버핏 없는 첫해, 시장은 프리미엄을 예전만큼 주지 않고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TD 코웬 같은 곳은 "드디어 현금을 썼다"는 점 자체를 긍정적으로 봤다. 자사주 매입이 늘었고 포트폴리오가 확장됐다는 것이다. 같은 사실을 놓고 한쪽은 규율의 붕괴로, 다른 쪽은 자본 배분의 정상화로 읽는다.
6. 모순처럼 보이는 세 장면
① 버핏은 시장을 도박판이라고 부른다.
② 그 버핏의 회사는 14분기 만에 주식을 순매수했다.
③ 버리는 그 매수를 보고 버크셔에서 손을 뗐다.
겉으로는 앞뒤가 안 맞아 보이지만, 하나로 꿰면 이렇게 읽힌다. 버핏은 시장 전체가 비싸다고 말했지, 모든 개별 종목이 비싸다고 말한 건 아니다. 버크셔는 알파벳을 시장가보다 6% 이상 낮은 가격에 사모로 담았다. 비싼 시장에서 싸게 사는 방법을 찾은 셈이다.
반대로 버리가 우려하는 건 속도다. 4,000억 달러에 가까운 현금을 들고 있는 회사의 새 경영진은 "왜 안 쓰냐"는 압박을 받는다. 그 압박이 기다림을 짧게 만들면, 팻 피치가 아닌 공에도 배트가 나간다는 것이다.
필자 생각에 진짜 판가름은 8월 14일 13F다. 나머지 130억 달러대가 어디로 갔는지 보면, 이번 매수가 기회를 잡은 것인지 압박에 밀린 것인지 윤곽이 잡힌다.
결론
캥거루 마켓에서는 방향을 맞히는 것보다 튀는 폭에 대응하는 게 먼저다. 버핏 지수 232%, CAPE 41.9라는 숫자는 지금 자리가 얼마나 얇은 얼음판인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그 얼음판 위에서 버크셔는 3년 반 만에 발을 내디뎠고, 버리는 그 장면을 보고 뒤로 물러섰다.
둘 중 누가 맞는지는 나중에 알게 될 일이다. 다만 필자는 이런 장에서 한 방향에 몰빵하지 않는다. 롱은 시드의 1/2, 숏은 시드의 1/3. 규칙을 지키면서 캥거루가 뛸 때마다 대응하는 게, 지금 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본다.
참고자료: 아이뉴스24 · 매일경제 · 조선일보 · 벤징가 · The Motley Fool · CNBC · Reuters · Wall Street Journal · TheStreet
📚 밸류에이션 지표가 헷갈린다면
버핏 지수, CAPE, PER 같은 말이 뉴스에 쏟아질 때일수록 기본 개념을 다시 잡아두면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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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정보 공유와 개인 의견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전략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다. 모든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특히 SOXL·SOXS와 같은 레버리지 ETF는 변동성이 매우 크고 원금 손실 위험이 크다. 롱숏 전략을 자산의 메인으로 삼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본문의 실적 수치와 보도 내용은 작성 시점 기준이며, 8월 14일 13F 공시 등으로 이후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